문재인 싫어 투표장 안 갈란다 호남향우회

문재인 싫어 투표장 안 갈란다 호남향우회
전국 5000개 막강조직 호남향우회조직 안 움직여 10·28 재·보선 패배"문 대표론 정권 교체 어렵다" 인식호남 문재인 지지율 8% 김무성 9%"천정배 신당, 빨리 띄워라" 요구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호남 중진 의원은 10·28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 양천구 구의원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지역의 호남향우회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고 해서다. 이들은 “가서 2번을 찍으면 문재인 대표를 도와주게 되니 싫다”고 했다. 선거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를 227표 차로 이겼다. 이 의원은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 선거는 조직 대결이어서, 호남향우회가 뛰기만 했어도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핵심 지지층이던 호남향우회가 흔들리고 있다. 호남향우회는 해병대 전우회, 고려대 교우회와 함께 결속력이 강한 3대 모임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옛말이다. 호남향우회가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새정치연합에 비상이 걸렸다.

 호남향우회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 못지않은 조직 때문이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이석의 상임부회장은 6일 호남향우회 조직에 대해 “전국에만 5000개가량으로, 동(洞)별로도 있다”며 “월 2만~3만원씩 회비를 내는 회장·총무들이 매달 모임을 갖기 때문에 여론의 파급 효과가 지구당의 공조직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호남향우회의 이반 현상에 대해 이 부회장은 “새정치연합은 호남이 야당에 표 찍어주는 자판기인 줄 아는데 착각”이라며 “몇 십년간 야당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갔던 건 김대중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은 그랬던 당원들을 무시했다”며 “한명숙 전 대표 시절부터 친노·주류 측이 호남 인사들에게 지역구 대의원과 상무위원 자리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상두 서울호남향우회 총회장은 “지구당위원장은 물론이고 구청장·시의원·구의원까지 컷오프 등 각종 수단으로 호남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표로는 정권 교체가 어렵다’는 인식도 호남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호남에서 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보다도 지지율이 낮은 게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호남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은 9.9%로,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김 대표(10.3%)에 못 미쳤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6~8일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호남에서 김 대표(9%)가 문 대표(8%)를 앞섰다.

 호남 조직이 흔들리자 당을 이탈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시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호남 출신 유권자의 비중이 높은 투표소에서도 새누리당에 패한 서울 영등포을 지역에선 구 민주당 시절부터 활동해 온 김종구 전 시의원이 조만간 새정치연합을 탈당할 예정이다. 그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에 합류한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이달 중순께 창당주비위를 띄우면 전북에서도 전직 단체장과 시·도의원 등 3000명가량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합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호남향우회 한 관계자는 “천 의원이 향우회 자문위원장”이라며 “지난달 28일 모임에서 ‘당비를 내는 당원 1만 명을 모아줄 테니 서둘러 신당을 띄우라’는 요구가 쏟아졌다”고 귀띔했다.

 이런 기류는 새정치연합 수도권 지역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인천이 지역구인 최원식 의원은 “수도권은 5% 싸움인데 호남향우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총선에서 당선 가능 지역의 3분의 2가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문 대표가 JTBC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은 말하지 않고 ‘총선 승리에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12월 초까지 지역구 예산을 최대한 확보한 뒤 문 대표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20명이 탈당한다는 얘기도 돈다”고 말했다. 기존 호남향우회와 별개로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회장을 맡은 ‘전국호남향우회중앙회’도 지난해 11월 발족, 균열은 여러 갈래다.

 ◆천정배, 정운찬 전 총리에 신당 참여 요청=천 의원은 지난달 30일 정 전 총리와 만나 신당 참여를 요청했다. 창당주비위 위원장을 물색 중인 천 의원에게 정 전 총리는 “신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천 의원 측 관계자가 전했다. 정 전 총리는 본지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내가 정치에 뛰어들 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