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그날 대통령 스케줄이 이상하다

세월호 1주기 그날 대통령 스케줄이 이상하다
靑의 고민, 껄끄러운 유족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으니

참사 희생자 수보다 더 많은 날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내 남편이, 내 아버지가 왜 죽어야 했는지 유족들이 던지는 단순한 물음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답은 없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추측과 짐작뿐이다.

희생자 수보다 더 많은 날이 지났는데

침몰 원인이 무어냐고 물으면 동문서답이다. 유병언, 구원파, 적폐, 관피아, 해피아, 선장과 승무원… 이런 것들은 침몰과 연관성을 갖는 변수일 뿐 침몰 원인은 아닌데도 그런다. 국가가 왜 국민을 구하지 못했느냐고 따지면 “청와대는 재난 콘트롤타워가 아니”라며 외려 역정을 낸다. 답답해서 거리로 나가면 종북이라고 몰아세우고, 국가의 책임을 추궁하면 ‘교통사고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하냐’며 유족들을 나무란다.

이랬던 정부도 참사 1주기가 다가오니 고민이 되나 보다. 대통령은 세월호 인양 얘기를 꺼냈고, 해수부는 배상·보상 방안에 대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유족들이 삭발까지 하고 다시 거리로 나가자 그냥 넘길 수는 없겠다고 본 모양이다.

1주기까지 일주일 남았다.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릴 계획이다. 유족들과 시민단체, 지자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추모식도 열린다. 국가적 참사인 만큼 대통령도 유족들과 함께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팽목항을 찾는 게 도리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9.11테러 1주기를 맞아 펜타곤에서 희생자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을 거행한 뒤 참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찾았다.

1주기 당일 대통령 스케줄이 이상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청와대가 1주기 당일(16일) 대통령 스케줄에 대해 함구한 채 추모행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삼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추모행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여러 방안을 갖고 검토 중이며 많은 건의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연히 참석해야 할 텐데 왜 ‘검토 중’이라고 말하는 걸까. 아예 참석하지 않거나 아니면 다른 방안이라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긴가.

‘검토 중’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면 그날 박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해 네 가지 경우의 수에 도달하게 된다. 유족들과 함께 합동추모행사에 참석하거나, 세월호 관련 행사 중 한 곳을 방문하거나, 같은 날 열리는 ‘국민안전 다짐의 날’ 정부행사에 참석하거나, 아니면 청와대 경내에서 간소하게 추모식을 갖는 것, 이 중 하나가 대통령의 행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유족들과 함께 합동추모식 참석

유족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쳐질 수 있다. 팽목항까지 찾는다면 소통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유족들의 불만과 분노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유족들을 보듬는다면 정부와 유족 사이에 쌓인 앙금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유족들의 불신이 큰 만큼 원만한 만남이 이뤄지려면 대통령이 먼저 유족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조속한 선체인양과 특별법 정부 시행령 폐기 등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유족들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월호 관련 다른 추모행사 참석

삭발한 유족들과의 껄끄러운 만남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소통을 기피한다는 지적과 유족들을 홀대한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렵다. 청와대가 이런 지적과 비난을 희석시킬 적당한 명분과 적합한 장소를 찾아 낼 수 있을까?

▲‘안전다짐의 날’ 정부행사 참석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인 만큼 대통령에 대한 의전이나 예우가 최상일 터, 가장 선호도가 가장 높을 수 있다. 정부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코엑스에서 ‘안전다짐대회’를 개최한다.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할 경우 일반 국민들은 ‘무난한 행보’로 봐 넘길 수도 있다. 반면 유족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진상규명을 외면한 채 정부행사에 참석해 ‘안전’을 말하는 대통령을 분노의 눈으로 바라볼 테니 말이다.

▲청와대 경내 추모식

유족들과 맞닥뜨리는 것도 피하고 싶고, 다른 외부 행사에 참석해 유족들을 자극시키는 것도 원치 않을 경우 이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청와대 경내에서 측근들과 몇몇 인사를 초청해 간단한 추모식을 갖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다.

그날 대통령은 어디에 있을까?

어쨌든 안산 합동추모식장에서 대통령을 보긴 어려울 듯하다. 유족들과 마주치기 부담스러운 상황인데다, 유족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생각도 없는 대통령이다. 안산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대표는 “(안산) 추모행사를 정부가 주관해 달라는 자신의 건의에 대해 국민안전처가 부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추모제를 정부행사로 치를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번 주 중 유족들을 만난 뒤 1주기 합동추모식에도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행사가 아닌 만큼 안산에 총리를 보내겠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날 박 대통령은 관변행사로 치러지는 ‘안전다짐대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추모식 물타기’를위한 이벤트라는 비난도 있는 행사다. 만일 대통령이 여기에 참석한다면 희생자와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세월호 1주기 그날은 박 대통령의 ‘마음과 생각’이 국민 모두에게 적나라하게 읽히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