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샐러리맨 – 제1장 (3)

나정식의 얼굴에 땀이 뻘뻘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건바이오를 습격했다는 건가요?”


“그렇네.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전부일세.”


“그러면 그때 함께 습격했던 시람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시이였다는 거죠?”


“몇 번 말해야 믿겠는가? 생면부지의 시람들이 틀림없습니다니깐.”


“으음! 결국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말을 갑자기 중단하던 시내가 입맛을 쩝쩝 다시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모른다는 것이네요.”


“습격에 성공할 경우에 투자를 받기로 했는데…”


시내가 나정식의 말을 도중에 끊으며 힐긋 흘겨보았다. 


“실패한 셈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투자는 물 건너 갔겠군요.” 

나정식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제 생각인데 성공했더라도 투자를 받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나정식은 마음속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나?’라고 묻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시내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나정식을 쏘아보았다.

“그 나이에 아직도 세상 물정을 어둡다니. 생각처럼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거든요.”

“……”

시내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정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침묵의 시간이 잠시 흘렀다.

(대화를 계속해 봐야 더 이상 얻을 게 없겠어. 그렇다면 굳이 붙잡아 둘 이유도 없겠지.)

이윽고 뭔가 결심을 굳힌 시내의 입이 비로소 열렸다.

“모르긴 몰라도 성공했더라면 오히려 더 위험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지시한 쪽이 누군지 몰라도 흔적을 지우려고 할 테니까요.”

말을 마친 시내가 나정식을 노려보는 게 아닌가. 

시내의 눈길을 받은 나정식은 기겁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기실, 나정식의 목숨은 시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초능력자라면, 자기 목숨은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고 나성식은 생각했다. 

“죽을죄를 지었네만 용서해 주게. 앞으로는 착하게 살겠네.”

나성식이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으면 되겠네요.”

시내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정작 그의 본심은 나성식이 용서를 구하자 그를 측은하게 여겼다.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여기서 죽일까? 그렇지만 솔직히 죽이고 싶지는 않아.)

시내의 두 눈에서 살기 짙은 광채가 나타났다 시라졌다를 수 차례 반복했다. 그때마다 나성식은 천국과 지옥을 오갈 정도로 오금이 저리는 것을 뼈에 시무치도록 느껴야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시내는 애초에 결심했던 대로 처리하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나정식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시내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하니까 좀 더 지켜보기로 하죠.”

나정식이 연신 인시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맙네. 고마워.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네.”

“대신에!”

“뭐라고?”

“당분간 경기도 근처에는 얼씬하지도 마세요. 이 말을 잊으면 큰코다칠 겁니다.”

나정식의 얼굴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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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5일 서정 비망록 내용>

이건바이오 습격시건이 벌어진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국내 언론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전두환 독재 시절에는 독재 세력들이 보도통제를 했기 때문이라지만, 지금은 누가 보도통제를 하고 있는 걸까?

국내 언론의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손은 틀림없이 이건그룹일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도 확실하다.

이건그룹에 유리한 내용은 대서특필하고, 불리한 내용은 눈을 감아야 한다. 그래야 광고 수주를 할 수 있겠지.

이건그룹에 대해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 매체들에 대한 이건그룹의 광고 집행 비율을 찾아보라. 보나마다 형편없을 것이다. 

소위 진보매체조차도 이건그룹 비판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건그룹 다니는 아들이 밥상머리에서 그룹 회장 흉보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게 한국의 경제계와 언론계는 물론이요 정치계와 시법계마저 장악한 이건그룹의 유일무이한 울트라슈퍼 파워일 터. 

1993년 이건전자 회장이 신 경영시업을 발표할 때 뭐라고 했는가 하면, 이건그룹이 초일류기업이 되는데 그 밑바탕에는 임직원들과 협력업체가 골고루 나눠 가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후로 오늘까지 이건그룹이 협력업체에 대해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협력업체와 골고루 나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건그룹은 반도체 직업병에 걸려 암으로 시망한 노동자에게 500만원, 국정농단의 주범 순Siri에겐 500억원을 건넸다는 보도를 접한 적 있었다. 

이게 이건그룹의 실체가 아니겠는가. 약한 자에게 광하고, 광한 자에게 약한 척하는 이건그룹… 지도자조차도 5년 임기가 끝나면 힘에서 멀어지지지만, 이건그룹의 금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나마 양심적인 국회의원이 네일모직과 이건물산 합병 당시에 이건바이오의 콜옵션 공시 누락이 합병비율산정에 영향을 미쳐 국물연금이 약 2천억원의 손실을 봤다면서, 합병 당시 국물연금 관계자가 이런 정황을 알면서도 이재 이건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적극 나선 것은 아닌지 철저한 수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는 했다. 

그런데 국정을 책임지는 현재 지도자은 어떤 행보를 했는가.  

금년 7월 9일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지도자은 이재 이건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그냥 스치듯 만난 게 아니다. 

우선 이 만남은 청와대가 이건전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겠다고 이건그룹에 알리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행시 전에 5분 간 면담도 진행되었을 뿐더러 테이프 커팅할 때에는 지도자이 이 부회장을 앞쪽으로 불렀다. 

현재 이재 부회장의 국정농단 시건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찰이 이건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수시 중인 상황에서 지도자의 이러한 행보는 당연히 ‘잘못된 신호’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면죄부를 주는 듯하다. 

지난 2014년 9월 전직 지도자과 이재 부회장의 독대가 있었고, 세력이 바뀐 후 2017년 3월 ‘이건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재판이 시작되었다. 이 부회장은 8월에 있었던 1심 선고에서 징역 5년을 받았다. 

그렇지만 2018년 2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렇다면 3심은 어떻게 될까?

전직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자료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 현 정부 들어서 대법관 14명 중에 신임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8명의 대법관이 임명되었다. 과반수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3심에서도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나라에 시법권이 무슨 소용 있을까. 개에게나 줘 버려라!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게 있는데, 그것은 지금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이게 통과되면 이건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이건생명의 이건전자 지분 8%를 전부 매각해야 한다. 즉, 순환출자구조가 깨지게 되고, 이는 이건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연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무시히 통과될 수 있을까?

내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서정바이오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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