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샐러리맨의 점심 풍경..

휘이이잉!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된 뜨거운 공기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 전체를 찜통으로 만들고 있다. 

예년보다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기세로 말미암아 슬리퍼가 길바닥에 쩍쩍 눌어붙고, 길가에 세워진 러버콘(Rubber Cone)이 힘없이 녹아내리고 있다.

한반도 서쪽에 자리한 소나무섬(松島)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름 한복판을 광고하듯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 젖힌다.

맴맴맴맴!

매미 소리와 함께 아시아 증시, 특히 중국과 홍콩 지수가 2% 넘게 빠지고 있다.

태평양 건너편에 있던 키 크고 나이 지긋한, 그러나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망나니 도널드 트럼프가 웃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 보라니까. 무역 전쟁 카드가 제대로 먹힐 거라고 했잖아. 크크크!”

휘이잉.

뜨거운 바람이 미세 먼지를 싣고 오더니 중년의 샐러리맨 얼굴에 부딪혔다.
   
“잘못 판단했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샐러리맨은 창문을 닫고 다시 자리에 앉으려다가 느닷없이 몸을 멈췄다.

샐러리맨이 흠칫거리며 무척 놀라는 듯했다. 잠시 후, 그는 뜨거운 바람을 느끼며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이윽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샐러리맨은 전원을 꺼 버렸던 PC 모니터를 다시 켜더니 화면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놀랍게도 그 짧은 순간에 셀트리온이 274,000원까지 하락했다가 279,500원까지 회복했던 것이다.

충분히 바닥을 다졌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농간(?)으로 일시 조정 아닌 조정을 한 셈이 아닌가 싶었다. 

미국 FDA에서 바이오시밀러 촉진안(Biosimilars Action Plan; BAP)도 이미 발표했던 터라 그는 셀트리온 주가 상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역시! 강한 펀더멘탈을 위협할 정도는 아닌 게 틀림없어.”

그의 정신은 곧 맑아졌다. 그러고는 또랑또랑 빛나는 눈으로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샐러리맨은 모니터에 표시되는 숫자를 바라보며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아직도 거래량은 겨우 53만주를 갓 넘었을 뿐이었다. 수십 년 동안 주식에 투자했던 샐러리맨조차 요즘처럼 가슴이 쫄깃해지는 경험을 한 게 몇 번이나 되는지 세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번엔 또 뭐냐?”

(신용매수를 하지 마라니까.)

샐러리맨의 귓가에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뭐라고? 크크크!”

조그맣게 웃음을 흘리던 샐러리맨이 마우스를 딱 움켜쥐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던 친근한 느낌이 일어났다. 

“으음. 그렇단 말이지?”

신용매수를 하려는 샐러리맨은 일시적인 탐욕의 유혹에서 벗어나 모니터에 표시된 HTS를 꺼 버렸다. 

“괜히 조바심만 나게 만들잖아. 이번 기회에 차라리 HTS를 삭제해 버릴까?”

샐러리맨은 옆 사람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를 지우면 슬퍼. 나를 지우지 마. 그 동안 정 들었잖아.) 
 
샐러리맨에게 HTS가 말을 걸어왔다.  샐러리맨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는 또 다시 환청을 듣고는 크게 기뻐했다. 

슬퍼하는 HTS를 떠올리던 샐러리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무래도 기가 허(虛)한가 보다. 저녁에는 삼계탕이라도 한 그릇 먹어야 할까?” 

샐러리맨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어느새 증시 마감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알아차렸지만, 그는 모니터에 HTS를 띄울 생각을 접었다.

“그래. 단타매매할 것도 아닌데… 하루의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어차피 셀트리온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으니까! 나는 그저 기다리면 되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