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떨어지는 소리 안들려

민주당과 북한 고위층이 잇따라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언급하고 나서 그 배경과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일 민주당 고위 당직자 회의에서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은 북한 정권에 공동올림픽 추진을 대담하게 제안하고, 이를 통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건설적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동영 최고위원도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남북 공동 올림픽으로 확대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천정배 최고위원은 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5·4 대북조치 중단과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퍼주기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지난 1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창 올림픽이 민생 올림픽, 평화 올림픽, 통일 올림픽이 돼야 한다”며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앞 다퉈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개최와 대북 식량지원 등을 주장하고 나서자 북한 고위층도 공동개최를 원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 참석차 일본에 입국한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13일 오전 나리타 공항에서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데 대한 소감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동계올림픽이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남북 공동 개최는) 그렇게 되길 원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남북간 정치적·군사적 상황이 안 좋은데 그것을 개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올림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실현 가능성 없어”정치권·언론·시민단체·네티즌 “가당찮다” 비난 쏟아내
 그러나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특정 도시’에서만 열도록 규정돼 있어 민주당과 북한의 바람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더욱이 평창은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30분 내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어필한 바 있어, 남북 공동개최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의 남북 공동개최 주장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이유다.
 한나라당 이두아 원내 대변인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공동개최 주장이 나온 지난 11일 “IOC는 국가가 아닌 도시에 개최권을 주고 있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개최는 현실 가능성을 따져보고 주장하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남북 공동개최는 실현 가능성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발언”이라며 손 대표의 주장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화일보는 <민주당의 평창 남북공동개최 주장, 가당찮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마자 민주당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둥 얼토당토않게 혹세무민(惑世誣民)하더니 남북공동개최까지 주장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자유진영 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도 “남북공동 개최 발상은 김정일 정권 앞으로 평창 올림픽을 방해하도록 초대장을 보내는 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 73.3%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반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9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6명을 시·도별로 뽑아 전화설문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분산 개최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73.3%로 찬성(18.0%) 주장을 압도했다.
 남북 공동개최 관련 기사에는 “민주당 니들 지금 강원도 표 떨어지는 소리가 안들리냐?”, “그래, 공동개최하자. 또 우리가 차린 잔칫상 위에 김정일 기쁨조들이 난장 치는 아름다운 꼬라지를 다시 한번 재현해보자”, “천안함과 연평도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등 민주당과 북한을 싸잡아 비판하는 댓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OC 규정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 지도부와 북한 고위층이 한 목소리로 공동개최를 주장하고 나선데는 반정부 투쟁이나 남남갈등 조장 등 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